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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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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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역사상 가장 많이 영화화된 소설을 여러 작품 남긴 작가는 단연코 스티븐 킹(Stephen King)입니다. 영화화된 작품수로 기네스에 등재되었을 정도라고 하니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죠. 70편이 넘는 작품이 영화화 되었는데 그중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걸작들이 많습니다. 미저리(1990), 쇼생크 탈출(1994), 그린 마일(1999), 미스트(2007), 그것(It, 2017) 등등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도 대단한 리스트입니다. 기괴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르 문학으로 셀 수 없는 베스트셀러를 남겼지만, 인문적 지성과 통찰이 빛나는 순수문학 작품들도 많이 남겼습니다. 물론 작가 스티븐 킹을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대단한 활력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현역입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죠. 작품 기준으로 본다면 역사상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품은 어떤 소설들일까요. 역대 10위안에 들어간 작품들을 보니,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62회 이상),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50회 이상),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49회 이상),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44회 이상), 메리 셜리의 「프랑켄슈타인」(37회 이상), 셰익스피어의 「햄릿(31회 이상)」,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28회), 알렉산드르 뒤마의 「삼총사」(29회),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회 이상),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0회 이상)가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오만과 편견」,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여성 대가들의 작품도 눈에 뜨입니다. 설명이 불필요한 최고의 작품들입니다.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역시 검증된 스토리의 힘,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클래식의 힘을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10위권 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7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지고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역시 7번이나 만들어진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아씨들」입니다. 「작은 아씨들」 하면 흔히 마치 가문 네 자매의 온기 넘치는 성장 스토리,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낭만적인 첫사랑 이야기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사랑스러운 추억담의 내면에는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요.
소설 「작은 아씨들」 1권의 최초 출판년도가 1868년. 2권은 1869년에 나왔습니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끼겠지만 「작은 아씨들」은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죠처럼 작가 스스로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에 만족하지 못해 어쩌면 책이 되지 못 할 뻔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저명한 초절주의 사상가로서 일상 속 절제와 검소함을 엄격하게 강조한 교육자 아버지 아모스 브런슨 올컷과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헌신한 어머니 애비 메이의 영향이 소설 「작은 아씨들」의 독특한 에피소드들로 이어집니다. 당대의 가난한 가정을 돕다 병에 걸려 숨지는 베스의 이야기, 남북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통해 보여주는 반전의 메시지, 노예제에 반대하는 서술들은 작가의 성장 환경과 세계관을 뚜렷이 보여줍니다. 랠프 왈도 에머슨, 나다니엘 호손, 마가렛 풀러 같은 당대의 사상가와 문호들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은 루이자 알콧 자신도 초절주의의 대표적인 사상가로 불릴 정도로 학문적 성과를 얻었습니다. 작은 아씨들의 가장 인상적인 영화 버전은 2019년 만들어진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작은 아씨들은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엘리자 스캔런, 로라던, 티모시 살라메 같은 2020년대를 이끌어가는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로 변화된 감각, 텍스트를 시대의 눈으로 다시 해석한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러한 변화 덕분에 스토리는 더욱 살아 숨 쉬는 활기를 보여줍니다. 1869년의 작품이라고 믿어지기 어려울 만큼 생생한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감독 그레타 거윅은 조의 캐릭터를 통해 여전히 변화되지 못한 여성 창작자들의 환경, 그 어려움을 고스란히 그려냅니다. 감독 자신도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일하며 느꼈던 어려움들이 1800년대 후반을 살아간 여성들이 느낀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분명 시대도, 캐릭터의 컬러도 달라졌지만 그 뿌리에 담긴 정서, 그 뿌리에 담긴 어려움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고백인 셈입니다. 과연 다시 100년이 지난 뒤에도 이 이야기는 살아남을까요? 살아남는다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빌리자면, 아마도 작은 아씨들을 100년이 지난 그날에도 살아 남아 우리들에게 전하는 것이 반드시 있겠지요. 그리고 그날에는 누구도, 창작을 사랑하고 창작의 힘을 믿는 사람이 스스로를 증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기를 기원합니다. 부산시교육청 성인식개선 전문관 강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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