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목소리가 실린 성교육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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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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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걸파워 프로젝트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6학년 여학생 6명과 모여 여성의 몸과 마음, 관계, 사회에 대해 2시간 동안 이야기하며 임파워링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지난 시간 했던 신체이미지 설문 결과를 분석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느낌, 경험을 나누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신경 쓰이는 부분은 어딘지, 멋진 부분은 어딘지 찾아보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피구하며 공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 “달리기할 때 흔들려서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워요.” “교실에서 남학생과 몸싸움 하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 “가슴에서 무엇인가 펑펑 터지는 느낌이 들어서 가만 있어도 아파요.” “가슴이 안 흔들리고 공 받을 때 안 아프려면 브래지어보다 압박붕대로 싸매야 해요’” “제 꺼는 절벽이거든요.” “가슴도 성형수술하면 되지 않아요?” 학생들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가슴을 절벽이라고 표현했고, 좋아하지도 않는 부분이라고 했다. 절벽이라고 말한 그 작은 가슴이, 일상에서는 건드리면 너무 아프고, 운동할 때는 흔들려서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고 했다. 결국 신체활동을 할 때는 남성적 몸을 기준으로 자신과 비교하고, 평소에는 미디어의 풍만한 성인 여성의 몸을 기준으로 자신과 비교하는 모순적 상황을 경험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하여 남성의 시선, 사회의 시선으로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타자화하도록 길러지는 존재다. 이것이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자존감을 형성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거의 모든 여성은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하고 성형과 화장과 다이어트 등 자본이 투입된 노력으로 신체를 교정하도록 하는 압력을 느낀다. 미처 살피지 못했고 인식하지 못했던 어린 가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학생의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교재와 지식에 의존한 성교육은 그들의 진짜 아픔을 덜어주지 못한 것 같다. 여학생을 대상화하지 않고 여학생의 목소리가 더 실린 성교육을 하려면 이들의 목소리를 꼭 반영해야 한다. 이들 세대의 경험과 내 세대 경험의 간극을 메우며 교육을 구성하는 것은 교과서 지식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텍스트와 영상에 갇힌 교육방법을 학생의 살아있는 구술을 통해 다시 재구성하는 것은 어떤 교재연구보다 중요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학생들의 문화와 생각을 담는 수업이 되도록 끊임없이 만나고 들어볼 필요가 있다. 교사와 교수의 지식을 듣는 것보다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 귀와 열린 마음이 더 간절하다. 매주 서로 만나서 임파워링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연습하기만 해도 교육의 효과는 충분한 것 같다. 학생들을 통해 배우고 기록하며 그들과 나의 인식이 연결되며 확장되고 서로 성장하는 것만 해도 이 수업의 의미는 충분하다. 앞으로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더 펼쳐질지 기대된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실린 성교육을 위하여 - 동백초등학교 교사 장병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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