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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과 인구 문제, 뮈르달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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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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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대한 우리들의 인상은 양성 평등한 사회를 위한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복지국가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기억하는 스웨덴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복지체계가 잘 이루어져 있으며 무엇보다 양성평등을 위한 기반 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스웨덴에도 위기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1930년대 초, 스웨덴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습니다. 대서양으로 대형 화물선이 들어오고 새로운 유통망이 만들어지면서, 미국의 값싼 농산물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스웨덴 농민들은 갑작스럽게 노동 경쟁력을 잃게 되자, 살던 곳을 떠나 미국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합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항이 시작되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인력 유출에 따른 인구 감소, 경제불황으로 인한 출산율 저하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이어지자 혼자 사는 여성,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을 향한 스웨덴 내부의 비난 여론이 거세어집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으로 인해 스웨덴의 인구 감소와 생산력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추측이 맞을까요? 갑자기 떨어진 스웨덴의 출산율은 개인의 선택으로 인한 것일까요? 아이를 낳지 않은 가정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일까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 연구의 결과를 담은 책이 바로 알바 뮈르달과 군나르 뮈르달 부부의 인구 문제의 위기입니다.

1934년 발간된 인구 문제의 위기를 통해 뮈르달 부부는 인구 문제의 해법으로 사회적 차원의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그 정책 방향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더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적극 지원하고 여성들이 육아에 전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할 듯한데 뮈르달 부부의 해답은 달랐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오히려 여성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고 국가가 아이들을 돌보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에 더해 출산과 육아 비용, 내 집 마련 비용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 중 하나가 육아휴직제도였습니다. 여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가 주로 육아 휴직 등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관련되어 있음에 착안하여 지금까지의 육아휴직과는 다른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의무적으로 반반씩 사용하는 육아휴직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성들이 육아휴직으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진단에 따라 남성들도 똑같이 육아휴직을 내도록 한 새로운 정책 덕분에 여성과 남성 사이의 고용시장에서의 경쟁력 차이가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뮈르달의 육아휴직 정책의 효과는 고용 평등만이 아닙니다. 고용 평등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양성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웨덴식의 성공적인 양성평등 정책은 뮈르달 부부의 업적 덕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급격히 악화되던 출산율 저하의 속도를 늦춘 스웨덴은 1990년대말 들어 출산율이 1.5명까지 내려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출산율 1.88명을 오가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양성평등 지수가 인구의 증가나 감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되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