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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산 성폭력상담소 이평 센터장 인터뷰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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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평입니다.

 

 

Q2. 서울대학교 법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폭력에 맞서는 활동가로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의 선택은 제 주변 여성들의 삶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살면서 경험해 왔던, 만났던

그리고 함께했던 그 많은 여성의 삶을 고민하면서, 쉽게 말하면 우리 가족의 삶부터 고민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 사회, 바로 내 주변의 여성들이 이렇게 살아가야만 했을까 하는 질문이 그 중심에 있죠.

 

 

Q3. 중요한 질문인데 그 답은 찾으셨는지요?

 

- 그에 대한 원인을 알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공부를 찾아서 하다 보니, 여성학, 페미니즘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것 중에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던 끝에 성폭력,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의 의미와 무게에 도달할 수 있었고요.

성폭력이 여성들의 안전이나 삶의 만족도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를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결국 성폭력을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평등한 문화 만들기, 더 많은 이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폭력 문제는 권력의 차이로부터 시작하니까요.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좀 더 성평등한 사회가 된다면 권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폭력들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요소들을 감지해내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의 구성원들이 두루 성인지 감수성을 갖출 때 세상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요?

 

Q4. 남성으로서 성인지나 성폭력 예방과 관련해 활동하시면서 소감이 있다면?

 

- 제가 남성으로서 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사실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불평등한 권력, 성별에 따른 힘의 차이가 엄존하는 현실 속에서 활동하다 보면, 어쨌든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남성의 목소리가 조금 더 들을 만한 이야기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남성이란 이유로 제 이야기가 조금 더 신뢰가 가는 목소리로 평가되는 현실을 가끔 접하게 되거든요. 그럴 때마다 제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여성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이런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 점 말고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는 어떤 어려움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떤 성별이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화자의 성별이 무엇인가가 영향을 줄 수는 없죠.

 

 

Q5. 우리나라에 화장실과 관련된 불법 촬영 폭력이 많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특히 아동 청소년과 관련해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걱정들이 많으시지요? 전문 기관들도 그 배경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제가 이런 종류의 폭력을 직접 대하면서 처음부터 느꼈던 것은 관련자들의 행동 양상에 피해와 가해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구나 하는 것이었거든요.

분명히 불법 촬영이 범죄행위이고,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은 촬영은 잘못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다 찍고 있어요. 왜 그런지 물어보면 공통점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찍을 때 동의를 구했던 경험 자체가 없었던 거예요. 불법 촬영뿐만 아니라, SNS를 이용한 성폭력 사례들, 온라인 그루밍, 온라인 상에서 성적인 욕설을 하는 것 등이 거의 다 비슷한 맥락으로부터 나온 행동들이라고 생각합니다.

 

Q6.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의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닐까요?

 

- 그렇죠. 저는 그들이 스스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존재로서 온전하게 존중받은 경험을 갖지 못한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인권을 가진 존재로서 대접하고 대접받은 경험, 서로를 존귀한 존재로 인식하고 인식되는 경험을 갖지 못한 것이 발견되고는 합니다.

누군가 하루 아침에 예상하지 못한 폭력을 당했을 때, 그 폭력에 대해서 제대로 해석해 주는 사회가 없었던 것이죠. 그러다 보면, 그런 행위들을 차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스스로 성적인 존재로서 존중받는 경험을 어릴 때부터 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어떤 성적인 부분도 존중하게 되는 선순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하루 아침에 모든 것들이 바뀌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고민하고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나가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닐까 합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성교육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들이죠.


Q7. 앞으로 계획은?

 

-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깊은 고민을 통해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그런 고민을 통해서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들과 청소년들이 직접 느끼고 있는 그들의 삶에서 나올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널리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