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이 첫걸음을 시작한 지 어느새 2년이 흘러 10호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10호를 여는 마음에는 ‘보람’이라고 부를 만한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웹진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 주변의 기대도 컸습니다만,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긴 호흡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로써 흐지부지 사라질 가능성도 커 보였습니다. 자원을 웹진에 쏟아부었을 때 보이지 않는 기회 비용과 효율의 문제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과 에너지라는 자원에 엄연한 한계가 있음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자원과 시간을 운영하고, 빠르고 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의 협력, 도움, 결정들이 10호에 이르는 웹진을 이끌어온 동력이 되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기꺼이 원고를 작성해준 분들, 멀리 교육청까지 와서 따뜻한 시선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학생들과의 소중한 활동 결과물을 공유해주신 선생님들, 열정을 다한 작품을 공모에 제출하고 널리 공유해준 학생들, 부산 교육에 대한 확신으로 참여해주신 보호자님들의 의지와 참여가 없었다면 웹진의 오늘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10호를 마치면 2022년도 저물어갈 듯합니다. 폭력과 관련된 사회적인 이슈들은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채로 남아있습니다. 엄청난 사회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양상은 차츰 악화해 가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이후 사회적인 대응, 법제화 등에 중대한 진척이 있었음에도 디지털과 현실 세계가 결합한 복합적인 폭력과 범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을 바라보면, 건강한 인권 의식과 성인식, 사회적인 매너를 갖춘 조용한 다수가 틀림없이 존재하고 그 파이도 더 커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매일 뉴스를 차지하는 범죄에 시선이 이끌려 건강한 다수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의 특성이 그러하듯, 느리더라도 반드시 변화는 있습니다.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이 묵묵히 그 변화의 속도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존재가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2023년이라는 새로운 시간, 새로운 세계의 흐름 안에서 멈추지 않고 강물처럼 유연하게 흘러나가는 존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시스템은 아직 미완입니다.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성취가 있었습니다만, 여전히 OECD 통계에서 성별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입니다. 그 배경에는 경제·사회·문화적인 기회의 불균형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나갈 때, 인구문제, 생산성을 포함한 경제문제,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 같은 중대한 과제가 풀려나갈 것임은 자명합니다. 양성평등을 주로 다루는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의 존재가치가 여전한 이유입니다.
2022년,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의 가을은 양성평등주간으로 시작합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8조는 매년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중 1주간을 양성평등주간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년 9월 첫 주, 9월 1일에 시작해 9월 7일까지의 한 주가 양성평등주간이 되었는데 여기에는 각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 - 9월 1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이 발표된 날입니다. 1898년 9월 1일, 300여명의 여성이 찬동해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 등을 포함한 여성 인권을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의 결과물로 우리나라 최초 여성단체가 된 ‘찬양회’, 최초의 여학교 ‘순성여학교’가 탄생했습니다. 아직은 여성의 권리가 척박했던 1898년, 시대의 부름에 결연한 용기로 여성인권선언에 참여한 300여명의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9월 1일이 양성평등주간의 시작일이 되었습니다. 여권통문의 날과 양성평등주간 – 인권의 확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으로서 천부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는 인류 역사의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확장됐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인권은 누군가의 용기와 노력으로 비롯된 것임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