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고려시대청주목 흥덕사라는 절의 백운화상 경한이라는 승려가 쓴 것을 금속활자로 떠서 만든 다시 만든 서적입니다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로 유출되었다가 년 파리 엑스포에서 소개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당시의 누구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어디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진 책을 다시 발견하고최고最古의 금속활자로 인정받도록 한 사람이 바로 앞서 이야기한 박병선 박사입니다박병선 박사가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까워 보입니다그가 프랑스 전역의 도서관을 찾아 헤맨 책이 직지심체요절은 아니지만적어도 조선의 중요한 기록물을 다시 찾아오려는 노력의 끝에 얻은 결과라 필연적인 성과로 불러야 하지 않을지요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를 졸업한 후 년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박병선에게 스승 이병도 박사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보도록 당부합니다외규장각 의궤의 유일무이한 가치를 알고 이를 찾아보도록 권한 스승도그 뜻을 알고 년을 찾아 나선 제자도 대단한 분들임이 분명하지요1866‘’. . 5,000, . .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가 된 박병선 박사는 의궤를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우연히 직지심체요절의 존재를 발견해 년 이를 널리 알렸고년 드디어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해 반환 운동의 불씨를 당겼습니다책을 발견하는 것만도 열정과 지식안목이 필요한 고된 일이지만역사학자로서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임을 증명해낸 과정은 말로 다하기 어려운 힘든 과정이었습니다학자 한사람의 힘으로 결국 년 월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킨 것을 생각해보면그 노력이 어떤 것이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을 지경입니다외규장각 의궤를 우리나라로 다시 환수해오는 과정은 지난했습니다년 양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년마다 갱신되는 영구대여 방식으로 외규장각 의궤 권은 다시 돌아왔습니다여전히 그 소유 국적은 프랑스입니다그나마 박병선 박사의 평생을 바친 노력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년이 저물어가는 월다시 박병선을 생각합니다타국에서 스파이라는 공격을 받으며홀로 역사학자로서한국인으로서 열정을 다한 위대한 삶을 다시 읽습니다여성이 공부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유학을 떠나고학위를 받고위대한 발견을 이루어낸 뜨거운 삶 앞에서 새로운 출발을 생각합니다부산광역시교육청 성인지개선전문관 강은수
2022-12-12
『다산과 다빈치』라는 제목을 놓고 보니 단 두 페이지의 지면에 이분들의 업적을 정리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아득함이 밀려옵니다. 당연하게도 불가능한 일이지요. 업적을 관통하는 맥락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일입니다. 하지만 제9호까지 달려온 『부산성인지교육웹진』이 이번 이슈에서 제시하려는 메시지에 이분들보다 잘 들어맞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창조자』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면 나란히 선두에 이름을 남길 두 사람입니다. 인문주의 시대를 활짝 연 다빈치가 유럽의 르네상스맨이라면, 조선의 근대를 앞당긴 다산 정약용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대 정신의 지평을 넓힌 르네상스맨입니다.서로 살다 간 시대는 달랐지만, 예술·철학·수학·천문학·공학·의학·언어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두루 통해 이르지 못하는 것이 없었던 지적역량, 세상의 이치를 추상적으로 탐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귀납적으로 헤아리려 했던 과학자로서의 기상과 열정, 연구한 결과를 모두 정밀한 기록하고 남겨 인류의 자산이 되게 만든 성실성 등 닮은 점을 나열하기에 그 끝이 없습니다.다산 정약용은 유학의 본질로 돌아가, 경세치용의 실질적인 이론을 정립하고자 한 유학자입니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논쟁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끝없이 변질 되어간 유학을 바로 세워 왕조의 정치적인 개혁을 이루고자 시도한 정치가이기도 합니다. 만약 정약용이 귀양을 가지 않고 정치의 세계에 그대로 남았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은 500여 권의 귀중한 저서는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다산은 당대의 급변하는 세계, 주변국의 사상과 기술을 받아들임에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천주교와 서양의 학문에 큰 관심을 가져 민초에게서 국가의 권력이 나온다는 사상, 평등과 인권에 대한 근대적인 시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천주교를 하나의 학문으로서 받아들여 만인 평등이라는 새로운 시대 정신의 창구로 삼았지만 그로 인해 큰 고초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중앙 정치의 소용돌이 안에서도, 18년에 이르는 귀양살이 중에도 다산의 모든 업적을 관통하는 한가지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인본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실사구시적인 발명과 연구, 2500편에 달하는 시편을 통해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이롭게 하려는 인본주의를 발견하게 됩니다.다빈치 역시 위대한 화가이자, 조각가, 건축가로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직업은 공학자, 외교관, 수학자, 물리학자, 식물학자, 시인, 음악가, 심지어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한계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한가지 역시, 중세 시대, 신을 중심에 세운 세상의 구도를 인간으로 이끌어온 ‘인본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세계관의 변혁을 글자 그대로 실현한 인물인 셈입니다.다산과 다빈치의 인본주의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여성 인권과 성별로 인한 불평등에 근원적인 관심과 연구를 남겼는지 묻는다면 그 답은 부정적일 것입니다. 다빈치의 해부도나, 『비투루비우스적 인간』은 여전히 남성의 신체를 인간의 신체로 묘사합니다. 다산 역시 평등의 문제에 관해 유교적인 사회 체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다만,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다산은 당대 하층민 여성의 고난을 그린 『도강고가부사』라는 서사시를 남겼고, 다빈치는 『모나리자』에서 성별로 인한 고정관념의 한계를 넘어서서 인물의 개성을 묘사했습니다. 그 묘사 대상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인본주의를 예술로 승화시킨 사례들입니다. 이 역시 두사람을 묶어주는 중요한 공통점일 것입니다. [부산광역시교육청 성인지개선 전문관 강은수]
2022-11-01
스웨덴에 대한 우리들의 인상은 ‘양성 평등한 사회를 위한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복지국가’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기억하는 스웨덴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복지체계가 잘 이루어져 있으며 무엇보다 양성평등을 위한 기반 체제가 잘 구축되어 있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스웨덴에도 위기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1930년대 초, 스웨덴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습니다. 대서양으로 대형 화물선이 들어오고 새로운 유통망이 만들어지면서, 미국의 값싼 농산물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스웨덴 농민들은 갑작스럽게 노동 경쟁력을 잃게 되자, 살던 곳을 떠나 미국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이동합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항이 시작되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인력 유출에 따른 인구 감소, 경제불황으로 인한 출산율 저하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이어지자 혼자 사는 여성,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을 향한 스웨덴 내부의 비난 여론이 거세어집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으로 인해 스웨덴의 인구 감소와 생산력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추측이 맞을까요? 갑자기 떨어진 스웨덴의 출산율은 개인의 선택으로 인한 것일까요? 아이를 낳지 않은 가정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일까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 연구의 결과를 담은 책이 바로 알바 뮈르달과 군나르 뮈르달 부부의 ‘인구 문제의 위기’입니다. 1934년 발간된 ‘인구 문제의 위기’를 통해 뮈르달 부부는 인구 문제의 해법으로 사회적 차원의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그 정책 방향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더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혼을 적극 지원하고 여성들이 육아에 전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할 듯한데 뮈르달 부부의 해답은 달랐습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오히려 여성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고 국가가 아이들을 돌보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에 더해 출산과 육아 비용, 내 집 마련 비용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 중 하나가 ‘육아휴직제도’였습니다. 여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가 주로 육아 휴직 등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관련되어 있음에 착안하여 지금까지의 육아휴직과는 다른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의무적으로 반반씩 사용하는 육아휴직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성들이 육아휴직으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진단에 따라 남성들도 똑같이 육아휴직을 내도록 한 새로운 정책 덕분에 여성과 남성 사이의 고용시장에서의 경쟁력 차이가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뮈르달의 육아휴직 정책의 효과는 고용 평등만이 아닙니다. 고용 평등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양성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웨덴식의 성공적인 양성평등 정책은 뮈르달 부부의 업적 덕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급격히 악화되던 출산율 저하의 속도를 늦춘 스웨덴은 1990년대말 들어 출산율이 1.5명까지 내려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출산율 1.88명을 오가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양성평등 지수가 인구의 증가나 감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되고 있기도 합니다.
2022-09-06
올해 걸파워 프로젝트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6학년 여학생 6명과 모여 여성의 몸과 마음, 관계, 사회에 대해 2시간 동안 이야기하며 임파워링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지난 시간 했던 신체이미지 설문 결과를 분석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느낌, 경험을 나누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신경 쓰이는 부분은 어딘지, 멋진 부분은 어딘지 찾아보고 그림으로 표현했다.“피구하며 공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달리기할 때 흔들려서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워요.”“교실에서 남학생과 몸싸움 하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가슴에서 무엇인가 펑펑 터지는 느낌이 들어서 가만 있어도 아파요.”“가슴이 안 흔들리고 공 받을 때 안 아프려면 브래지어보다 압박붕대로 싸매야 해요’”“제 꺼는 절벽이거든요.”“가슴도 성형수술하면 되지 않아요?”학생들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가슴을 절벽이라고 표현했고, 좋아하지도 않는 부분이라고 했다. 절벽이라고 말한 그 작은 가슴이, 일상에서는 건드리면 너무 아프고, 운동할 때는 흔들려서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고 했다. 결국 신체활동을 할 때는 남성적 몸을 기준으로 자신과 비교하고, 평소에는 미디어의 풍만한 성인 여성의 몸을 기준으로 자신과 비교하는 모순적 상황을 경험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하여 남성의 시선, 사회의 시선으로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타자화하도록 길러지는 존재다. 이것이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자존감을 형성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거의 모든 여성은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하고 성형과 화장과 다이어트 등 자본이 투입된 노력으로 신체를 교정하도록 하는 압력을 느낀다.미처 살피지 못했고 인식하지 못했던 어린 가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학생의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교재와 지식에 의존한 성교육은 그들의 진짜 아픔을 덜어주지 못한 것 같다. 여학생을 대상화하지 않고 여학생의 목소리가 더 실린 성교육을 하려면 이들의 목소리를 꼭 반영해야 한다. 이들 세대의 경험과 내 세대 경험의 간극을 메우며 교육을 구성하는 것은 교과서 지식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텍스트와 영상에 갇힌 교육방법을 학생의 살아있는 구술을 통해 다시 재구성하는 것은 어떤 교재연구보다 중요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학생들의 문화와 생각을 담는 수업이 되도록 끊임없이 만나고 들어볼 필요가 있다. 교사와 교수의 지식을 듣는 것보다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 귀와 열린 마음이 더 간절하다. 매주 서로 만나서 임파워링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연습하기만 해도 교육의 효과는 충분한 것같다. 학생들을 통해 배우고 기록하며 그들과 나의 인식이 연결되며 확장되고 서로 성장하는 것만 해도 이 수업의 의미는 충분하다. 앞으로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더 펼쳐질지 기대된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실린 성교육을 위하여 - 동백초등학교 교사 장병순
2022-06-28
작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역사상 가장 많이 영화화된 소설을 여러 작품 남긴 작가는 단연코 스티븐 킹(Stephen King)입니다. 영화화된 작품수로 기네스에 등재되었을 정도라고 하니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죠. 70편이 넘는 작품이 영화화 되었는데 그중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걸작들이 많습니다. 미저리(1990), 쇼생크 탈출(1994), 그린 마일(1999), 미스트(2007), 그것(It, 2017) 등등 기억나는 것만 나열해도 대단한 리스트입니다. 기괴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르 문학으로 셀 수 없는 베스트셀러를 남겼지만, 인문적 지성과 통찰이 빛나는 순수문학 작품들도 많이 남겼습니다. 물론 작가 스티븐 킹을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대단한 활력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현역입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죠. 작품 기준으로 본다면 역사상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품은 어떤 소설들일까요. 역대 10위안에 들어간 작품들을 보니,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62회 이상),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50회 이상),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49회 이상),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44회 이상), 메리 셜리의 「프랑켄슈타인」(37회 이상), 셰익스피어의 「햄릿(31회 이상)」,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28회), 알렉산드르 뒤마의 「삼총사」(29회),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회 이상),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0회 이상)가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오만과 편견」,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여성 대가들의 작품도 눈에 뜨입니다. 설명이 불필요한 최고의 작품들입니다.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역시 검증된 스토리의 힘,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클래식의 힘을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10위권 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7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지고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역시 7번이나 만들어진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아씨들」입니다. 「작은 아씨들」 하면 흔히 마치 가문 네 자매의 온기 넘치는 성장 스토리,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낭만적인 첫사랑 이야기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사랑스러운 추억담의 내면에는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요.작은 아씨들의 가장 인상적인 영화 버전은 2019년 만들어진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시대의 작은 아씨들은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엘리자 스캔런, 로라던, 티모시 살라메 같은 2020년대를 이끌어가는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로 변화된 감각, 텍스트를 시대의 눈으로 다시 해석한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러한 변화 덕분에 스토리는 더욱 살아 숨 쉬는 활기를 보여줍니다. 1869년의 작품이라고 믿어지기 어려울 만큼 생생한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감독 그레타 거윅은 조의 캐릭터를 통해 여전히 변화되지 못한 여성 창작자들의 환경, 그 어려움을 고스란히 그려냅니다. 감독 자신도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일하며 느꼈던 어려움들이 1800년대 후반을 살아간 여성들이 느낀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분명 시대도, 캐릭터의 컬러도 달라졌지만 그 뿌리에 담긴 정서, 그 뿌리에 담긴 어려움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고백인 셈입니다. 과연 다시 100년이 지난 뒤에도 이 이야기는 살아남을까요? 살아남는다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빌리자면, 아마도 작은 아씨들을 100년이 지난 그날에도 살아 남아 우리들에게 전하는 것이 반드시 있겠지요. 그리고 그날에는 누구도, 창작을 사랑하고 창작의 힘을 믿는 사람이 스스로를 증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기를 기원합니다.부산시교육청 성인식개선 전문관 강은수
2022-05-04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디로든 갈 수 있다’라는 즐거운 전제, 시간마저 거슬러 특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제는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소중한 대상을 되찾으러 떠나겠죠?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사건의 한복판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결정할지 모릅니다. 완전히 새로운 길을 선택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려 시도하겠죠. ‘양성평등’이라는 주제로 함께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제일 먼저 세운 기준은 ‘개념을 가르치는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나자‘였습니다. ‘양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를 하려면 그 주인공은 역시 사람, 개인, 누군가여야 할 것입니다. ‘성별고정관념, 차별, 힘의 차이’ 같은 개념들을 설명하는 때로는 필요하지만, 누군가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들의 꿈과 희망, 불안감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도라면 ‘타임슬립’만큼 적합한 장치도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흥미진진한 전제는 자유로운 상상을 위해 시간이라는 브레이크를 없애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SF나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사용되어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장치임이 분명합니다. 대체로 주인공이 사고를 당하듯 과거나 미래에 떨어지게 되는 형태로 등장합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논리적인 설명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임머신 여행물과는 다릅니다. 타임슬립을 누가 가장 처음 시도했는지의 논쟁은 의미 없지만, 그럼에도 그 논쟁 중에 마크트웨인의 『아서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를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타임슬립의 시조격인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지요. 이 작품은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아서왕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왕의 궁정에 우연히 떨어지게 된 미국인에 대한 전형적인 타임슬립의 구도를 따릅니다. 마크 트웨인이야말로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가득해 스스로 발명왕이 되기를 꿈꾼 작가라 그의 이야기라면 기꺼이 귀를 기울일 만합니다. 재기발랄한 마크 트웨인의 상상력과 경쾌한 스타일은 저절로 즐거움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하여 우리 양성평등 주제 특집기획 웹툰 ‘무엇이든, 어디로든!’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이렇게 2221년 12월 처음 여러분들께 선보입니다. 연우와 은찬, 특별한 고양이 아스트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2년 1월에는 웹툰의 애니메이션 버전이, 2월에는 2부 웹툰과 애니메이션이 선보입니다. 부디 아스트랄의 여행 초대에 여러분들도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선의 각을 조금만 바꾸어도 세상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일지 모릅니다.
2021-12-30
여류. 한때는 우리 사회의 여성 창작자들을 여류라 불렀습니다. 여류 시인, 여류 작가, 여류 화가. 수많은 여류가 존재했지요. 그냥 화가, 작가, 시인, 소설가라고 불렀어도 충분했을 텐데 여성의 존재가 조금은 의외였던 시절이 분명 존재했던가 봅니다. 여성이 직업적인 예술가나 작가와 같은 창작의 영역에서 조금은 예외적인 존재였던 시절. 바로 그래서 여성을 ‘특별한’ 창작자로 여긴 결과. ‘여류’의 탄생기입니다. 여성 창작자가 예외적인 존재가 아닌 지금은 더 이상 안 쓰이는 말이 되었지요. 우리 문학이건, 서구의 문학이건, 문학의 역사에서, 분명 소수이기는 하지만 여성 작가들의 존재는 그래도 꾸준히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서구 문학의 뿌리,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Sappho)」는 호메로스 같은 엄청난 영향력을 당대에 이미 획득한 존재였습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읊어 그리스 문학사에 독보적인 자취를 남겼습니다. 호메로스가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를 통해 영웅들의 위대한 발자취를 노래했다면, 사포는 개인의 내면에 담긴 정서, 살아 숨쉬는 듯한 열정을 노래했습니다. 개인의 감정으로부터 포착된 장르, 「서정」의 영역을 개척해낸 시인임에 분명합니다.사포라 불린 여인, 로만 프레스코, 나폴리 고고학박물관(퍼블릭 도메인) 위대한 소설가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 「제인 오스틴」도 역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지요.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와 같은 작가들의 반열에 오른 제인 오스틴은 ‘결혼, 낭만적 사랑’이라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 틀에 날카로운 관찰력과 재치로 사회와 인간관계, 속물주의에 대한 비판과 통찰을 담아낸 작가로 평가되고는 합니다. 얼핏 온통 결혼과 사랑 이야기뿐인 듯한 오스틴의 소설이 실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담긴 위선적 측면에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많은 비평가가 동의합니다. 결코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풍자,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꼼꼼히 다 하고야 마는 오스틴 소설의 주인공들은 오늘날에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통찰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겠죠. 영미 문학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 디킨슨 역시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천재적인 시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위대한 창작자입니다. 사랑과 이별, 죽음, 영혼의 이야기를 특유의 명료한 대비, 함축적인 언어에 담아냈지요.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생전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해서 안타깝지만, 외로움 속에 외출도 하지 않고 살아가던 와중에도 당대의 지식인, 문호들과 교류하며 2,000편에 달하는 명시들을 남겼습니다. 세상을 떠난 후 동생이 디킨슨의 시를 모아 시집을 내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문학사의 작가 중에도 많은 여성 창작자들이 존재하지만, 박경리 선생이 먼저 떠오릅니다. 우리 근대사를 생생한 인물들의 삶, 목소리로 엮어낸 「토지」는 다시 나오기 힘든 대작임이 분명합니다.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기를 관통하며 우리 근대를 뜨겁게 살아간 경남 하동 최참판댁 일가를 둘러싼 인물들이 토지라는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쉽니다. 작가는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사람이라는 말에 과장이 없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창조한 최서희는 전체 극의 중심에서 몰락한 가문, 시대적인 부침 속에도 주변인들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존엄을 지켜내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역사의 격변에 휘말리면서도 엄연한 자의식, 범접할 수 없는 자의식을 간직하며 살아간 평범한 농민들의 삶을 작가는 고고한 필체로 담아냅니다. 문학의 역사만을 두고 본다면 미술에 비해서는 그래도 여성 작가들의 비율이나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시대적인 제한, 사회적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창작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고 이어간 이들 덕분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좀 더 확장된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여류’를 넘어선 세계, 누구나 원한다면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해낼 수 있는 세상.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세상입니다.
2021-12-02
배우 헤디 라마르의 생애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유럽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오로지 배우가 되고자 하는 열정으로 영화계 와 연극계에 진출했고, 헐리우드의 배우로서 대단한 존재감을 가진 삶을 살았지만, 스스로의 가진 재능을 100% 펼치며 원하는 삶을 살아 가지는 못한 듯합니다. 당시의 헐리우드는, 아니 세상은 ‘땜장이 취미’를 가진, 과학기술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드러내는 여성 배우에게 큰 관심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헤디 라마르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2018년, 할리우드로부터 터져 나와 전 세계로 퍼져나간 미투 운동이 오히려 너무 늦게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대단히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난 배우였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쳤던 그답게 이미 18세에 유럽 영화계에서 주연 의 자리를 차지합니다만, 감독은 그를 속여 현장에서 노출을 강요하고 찍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게 하겠다고 협박했으며 심지어 망원 렌즈를 이용해 배우가 인식하지 못한 장면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영화의 현장감과 사실적인 연기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감독들이 여배우를 속이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알려진 바 있지 만, 헤디 라마르의 사례를 보면 그 전형성에 다시 한번 분노하게 됩니다. ‘예술성’이란 폭력으로부터 시작되어서는 안 됩니다. 영화가 폭력 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폭력이 가짜이고 연기라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헤디 라마르의 배우로서의 삶도 이처럼 성별에 대한 편견, 성별로 인한 한계, 성별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과의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가 지닌 다른 재능, 과학자로서의 재능 역시 당시의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우리들에게 친숙한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의 무선 기술들은 대부분 헤디 라마르가 발명한 주파수 도약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 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데도 미국의 헐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 기술을 만들어 특허를 내고 미해군에 전달했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1962년에 이르러서야 쿠바 사태를 통해 미군에서 기술이 활용 되고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미국발명가협회에 가입하려 했을 때의 일화는 유명합니다. ‘발명가로 가입하지 말고 홍보모델이 되어달라’는 협회의 답변을 들었다고 하지요. 헤디 라마르가 성취해낸 발명의 중요성, 효용보다는 그의 여성 배우로서의 정체성, 활용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발명품에 대해서는 애초 관심도 신뢰도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헤디 라마르의 사례는 그저 극히 작은 일부분입니다. 무엇의 일부분이었을까요? 과학의 역사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고도 결코 드러나지 못 했던, 심지어 성별을 이유로 과학자로서의 삶을 영위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던 수많은 천재들의 한 작은 사례일 뿐이지요.
2021-09-13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1967년 이후 53년간 이어진 중요한 기념일이다. 최근 과학의 날을 9월 15일로 변경하자는 국회의 움직임이 있다. 세종대왕이 자격루를 국가표준 시계로 반포한 1434년 음력 8월 5일을 기념해 9월 15일로 과학의 날을 옮기려는 노력이다. 애초 지정된 4월 21일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제 강점기, 김용관 선생과 100명의 민족지도자가 1934년 4월 19일을 ‘과학데이’ 로 지정해 과학 입국의 꿈을 실현하려 노력한 것이 해방 후 1967년 과학기술처가 생기면서 빛을 보았으니 이날 역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학의 날이 꽃피는 4월이건, 세종대왕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기념하는 9월이건, 과학은 분명 21세기 문명의 총아다. 과거 어느 때보다 과학의 힘은 더욱 그 중요성을 맹렬하게 떨치고 있다. 이달의 이슈를 ‘과학사 속의 여성들’을 중심에 두고 배치한 것도 이러한 과학의 중요성, 그 맥락 안에서 성별과 관련된 평등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을지 돌아보기 위한 것이다. 누구나 그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일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자신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과학적 훈련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과학 분야 역시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의 장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쉽게 여겨지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이번 이슈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흥미를 둔 과학 분야를 되새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1-09-13
남성과 여성은 얼마나 다를까. 정말 남자 어린이들은 파란색을 좋아하고 여자 어린이들은 핑크를 좋아할까. 남자들은 논리적이고 여자들은 감성적일까. 남자들은 바깥에서 경제 활동을 해야 하고 여자들은 집안에서 가사를 돌봐야 할까. 굳이 과학적인, 문화 인류학적인 증거들을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이미 대부분 가정에서 부부가 함께 일해 가정 경제를 유지하고 성과 무관하게 경력을 쌓아 나가며 자아를 실현하는 지금, 이런 편견들은 상당수 무효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성별 고정관념은 여전히 잔재를 남긴 채 쉽게 사라지지 않고 변화된 제도들과 부딪히며 불협화음을 낳는다. 아직도 여전히 일터에서 성희롱 사안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성별 고정관념과 관련된 것들이다. ‘예쁘다’, ‘날씬하다’ 같은 칭찬들이 왜 성희롱일까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여성은 예뻐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적 대상화가 그 말의 맥락 안에 도사리고 있으며 그 맥락이 상대방을 불안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한 반문들이다. 성별 고정관념은 성차별의 근거가 되며 성차별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왜 우리 국회의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현저히 낮을까, 여성의 평균 임금은 왜 남성보다 낮을까.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공계 여성 인력 비율이 아직도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고등학교에 여학생 비율은 얼마나 될까. 여성다움, 남성다움의 틀을 벗고, 나다움, 사람다움을 추구할 때 좀 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음을 많은 통계들이 증명한다. 이러한 생각이 공식적, 비공식적 제도로 자리잡을 때 우리 사회도 ‘사람으로서 소중한 너와 내가 두려움 없이 함께 살아가는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 2호를 만들며, 1950년 6월, 전쟁이 남긴 상흔을 들여다본다. 전쟁터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적 대상화가 낳은 성폭력 범죄로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전쟁의 생존자들, 그 삶의 에너지를 돌아보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을 다시 깨닫는다. 부산광역시교육청 성인식개선반 담당관 강은수
202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