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보건교사가 바라보는 MZ세대와 성교육(김영빈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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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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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보건교사가 바라보는 MZ세대와 성교육 초연중학교 교사 김영빈 몇 년 전부터 ‘MZ세대’라는 단어가 각종 대중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너무도 익숙하게 들려오는 단어이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10년 가량이 흐른 나에게 ‘MZ세대’는 이제는 나와 동떨어진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2024년, 신규 보건교사로 임용된 이후 ‘MZ세대’는 매일 마주하고, 매일 관계 맺는 나의 주 소통 상대가 되었다. 몇 마디 나누어보기만 해도 요즘의 아이들은 나의 학창시절 중학생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좋아하는 이성 친구와 마주치는 것이 부끄러워 숨는 아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보건 선생님에게도 연애상담을 요청한다. 가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성인이자 교사인 나보다도 아이들의 연애지식이 더 많은 것 같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3년보다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의 신체 성장도는 2년이나 앞당겨졌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이전보다 더 쑥쑥, 빨리 자란다고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던 것이다. 흔히들 몸과 마음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신체의 성장이 빨라지면 그만큼 정신도 빠르게 성숙할 것임을 예측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만큼 우리 학교 현장의 성교육도 발맞추어 변화하고 있을까? 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보건교사로서 고민해볼 문제임에 틀림없다. 신규 교사의 열정과 성심으로 참여한 성교육 연구회. 멋모르고 들어갔던 연구회에서 한 해 동안 많은 보건 선생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그 문제의 해답을 조금은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성교육 연구회의 메인 주제는 “이성교제”였다.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성숙이 빨라진 만큼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나이 역시 빨라지고 있으며, 그에 맞추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주제인 “이성교제”를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교육대상을 중학생으로 선정하니 그 내용을 너무 깊게도, 너무 얕게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이성교제와 관련하여 성차별적이거나 편견에 치우친 요소들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나아가 “이성교제”라는 주제는 학생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교육 방법 및 도구의 측면에서도 학생들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인간관계와 성, 의사소통과 표현, 이성교제와 미디어리터러시, 이성교제와 디지털 성폭력, 건강한 이별’이라는 5차시 수업을 구상하였고, 다양한 성교육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청소년의 이성교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탐구했다. 더하여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요즘 아이들의 성향을 고려하여 패들렛, 메타버스 등의 디지털 도구를 수업에 활용하여 학생들의 참여도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였다. 이성교제와 관련하여 중학생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미디어와 컨텐츠가 무엇일지 고려하며 청소년의 피부에 와닿는 활동들을 구성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알차고 실효성 있는 5차시의 성교육 수업이 완성되었다. 기존의 일방향적이고 설명 위주인 성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참여형 성교육으로, 해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올바른 ‘청소년기 이성교제’를 위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탐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성교육 연구회가 제작한 5차시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양성평등 및 성교육의 개념을 넘어 본인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경계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학생들이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문화 정착에 씨앗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MZ세대’를 넘어 앞으로의 미래세대 아이들은 또 얼마나 빠르고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하고 변화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급변하는 시대 속 양성평등을 표현하는 방법은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이 변화하는 만큼 성교육의 모습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나 역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마주하고 교육하는 교사로서 항상 민감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렇게 1년간의 성교육 연구회를 통해 신규 교사는 한 뼘 더 성장하고 성숙해졌음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