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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이 첫걸음을 시작한 지 어느새 2년이 흘러 10호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10호를 여는 마음에는 ‘보람’이라고 부를 만한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웹진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 주변의 기대도 컸습니다만,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긴 호흡으로 진행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로써 흐지부지 사라질 가능성도 커 보였습니다. 자원을 웹진에 쏟아부었을 때 보이지 않는 기회 비용과 효율의 문제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과 에너지라는 자원에 엄연한 한계가 있음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자원과 시간을 운영하고, 빠르고 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의 협력, 도움, 결정들이 10호에 이르는 웹진을 이끌어온 동력이 되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기꺼이 원고를 작성해준 분들, 멀리 교육청까지 와서 따뜻한 시선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학생들과의 소중한 활동 결과물을 공유해주신 선생님들, 열정을 다한 작품을 공모에 제출하고 널리 공유해준 학생들, 부산 교육에 대한 확신으로 참여해주신 보호자님들의 의지와 참여가 없었다면 웹진의 오늘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10호를 마치면 2022년도 저물어갈 듯합니다. 폭력과 관련된 사회적인 이슈들은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채로 남아있습니다. 엄청난 사회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양상은 차츰 악화해 가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이후 사회적인 대응, 법제화 등에 중대한 진척이 있었음에도 디지털과 현실 세계가 결합한 복합적인 폭력과 범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을 바라보면, 건강한 인권 의식과 성인식, 사회적인 매너를 갖춘 조용한 다수가 틀림없이 존재하고 그 파이도 더 커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매일 뉴스를 차지하는 범죄에 시선이 이끌려 건강한 다수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의 특성이 그러하듯, 느리더라도 반드시 변화는 있습니다.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이 묵묵히 그 변화의 속도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존재가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2023년이라는 새로운 시간, 새로운 세계의 흐름 안에서 멈추지 않고 강물처럼 유연하게 흘러나가는 존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시스템은 아직 미완입니다.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성취가 있었습니다만, 여전히 OECD 통계에서 성별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입니다. 그 배경에는 경제·사회·문화적인 기회의 불균형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나갈 때, 인구문제, 생산성을 포함한 경제문제,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 같은 중대한 과제가 풀려나갈 것임은 자명합니다. 양성평등을 주로 다루는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의 존재가치가 여전한 이유입니다.
2022-12-12
. . ? ? 9, . .첫 번째 이슈로 '년 나도 성인지 크리에이터'. . , , , UCC , , .창의력을 세 가지 요소로 나눈다면창의적 사고력지식과 경험내적 동기라고 합니다남다르게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도 수련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쌓지 않으면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없고강력한 자기 동기즉 열정이 없으면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겠지요창의적 사고력 자체도 수련을 통해 갈고 다듬을 수 있습니다이번에 공모전에 참가해준 분들은 창의적 사고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공모전에 참가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았습니다참가하기로 결정한 순간이미 그 열정은 충분히 증명되었습니다어느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창조자크리에이터로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믿습니다『』. . , , , . 『』, 『』. .벌써 호를 맞이한 부산성인지교육웹진의 풍성한 콘텐츠가 모든 크리에이터 여러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2-11-01
2022년,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의 가을은 양성평등주간으로 시작합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8조는 매년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중 1주간을 양성평등주간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년 9월 첫 주, 9월 1일에 시작해 9월 7일까지의 한 주가 양성평등주간이 되었는데 여기에는 각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 - 9월 1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이 발표된 날입니다. 1898년 9월 1일, 300여명의 여성이 찬동해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 등을 포함한 여성 인권을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의 결과물로 우리나라 최초 여성단체가 된 ‘찬양회’, 최초의 여학교 ‘순성여학교’가 탄생했습니다. 아직은 여성의 권리가 척박했던 1898년, 시대의 부름에 결연한 용기로 여성인권선언에 참여한 300여명의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9월 1일이 양성평등주간의 시작일이 되었습니다. 여권통문의 날과 양성평등주간 – 인권의 확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으로서 천부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는 인류 역사의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확장됐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인권은 누군가의 용기와 노력으로 비롯된 것임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2-09-06
많은 분이 기억하시리라 생각됩니다만, 2017년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부스를 강타한 놀라운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과학자 호프 자런이 쓴 책 『랩 걸(Lab Girl)』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영어 제목이 던져주는 의미만으로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느끼게 됩니다. 과학의 산실인 랩(Lab)과 걸(Girl)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가장 객관적이고, 정밀한 검증으로만 움직일 것 같은 과학의 세계가 적어도 성별의 구분 앞에서만큼은 객관적이지도, 정밀하지도 않음이 종종 목격되고는 합니다. 통계 자료들을 살펴보면, 실험실의 성별 비율은 여전히 기울어진 채로 남아있습니다. 사회구조나 사회문화적 고정관념과 관련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랩 걸』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작가 자신은 완벽한 한 사람의 자아상을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주변과 부딪히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움을 벌입니다. 그 수많은 일상의 싸움들이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나무의 생장과 비유되며 그려집니다. 과학자 역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다양한 사회적 고정관념과 만나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것을 절실하게 그려냅니다.저자 호프 자런은 결혼과 출산의 과정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에 대해 숙고하여 자신의 경력과 가족의 삶을 모두 지키기 위한 선택을 실천에 옮기기도 합니다. 아마도 랩걸을 통해 만나는 저자의 강렬한 삶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강력한 자아, 긍정적인 자아상 -삶을 이끌어나갈 이 중대한 자산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매일의 작은 일상적인 승리들이 쌓여 강인한 자아를 만들어 나가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이번 웹진에서는 사춘기에 막 들어서는 친구들이 스스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정립하기 위해 마련한 멋진 행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월경 축제’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 선생님의 따끈따끈한 글을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합니다.
2022-06-28
5월, 초여름의 향연이 펼쳐지는 달 2022년의 새로운 발걸음도 어느덧, 뜨거운 열정의 여름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을 짓누르던 코로나19 역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던 듯합니다.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이제 조금씩 현실이 됩니다. 이번 특집의 주제는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으로 잡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가운데, 모두의 노력으로, 때로는, 각자의 분투로 꾸준히 바뀌어 간 일들이 분명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당면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들을 그동안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성과 관련된 폭력들이 실은 인권의 문제이자 인간관계의 문제임을 공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변하지 않은 일들 또한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해 보이는 일들. 이번 특집에서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을 함께 생각해보고 우리의 과제를 되새겨보는 장을 열어봅니다.
2022-05-04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의 첫 발걸음은 2월의 치열한 기획과정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채널, 사회의 분위기에 작은 진동이나마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채널로서 웹진은 분명 좋은 선택지였지만, 당장 기획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고, 남녀노소 모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스타일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이런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에 걱 정 어린 눈길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명확한 그림이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필요하다면 작게라도 시작해보자는 즐거운 내적 도발이 웹진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지교육 웹진의 존재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도 없이 뉴스를 타는 강력범죄, 네트워크를 타고 흘러넘치는 담론들, 성과 관련된 이야기 들에 대한 저항감, 『성인지 감수성』은 우리 사회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연관어들에 포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성인지 감수성』 은 과연 그런 것일까요. 첫 번째 질문이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그저 모두가 자기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존중하는 사회, 모두가 조 금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소양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이야기들은 오 히려 무궁무진할지도 모릅니다. 그 이야기들을 담아낼 담담하고 경쾌하고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은 여전히 성장 중인 매체입니다. 양적인 성장도 필요하지만, 이제 2년 차로 돌입하면서 정체성을 찾아 나간 그동 안의 워밍업에서 단계를 달리하여 섬세한 기획을 선보일 때가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여전히 세를 과시하는 환경. 취재와 인터뷰들이 자유 롭지 않은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초심으로, 처음의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선 앞에 나선 느낌입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한, 여전히 12월은 축제입니다.
2021-12-30
11월 12일, 부산시 학생교육문화회관, ‘2021년 나도 성인지 크리에이터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예정된 시간 3시. 주인공들이 서서히 도착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한 여름을 즐거운 창작의 고통과 씨름했을 얼굴들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아래 놓이더라도 창작자들은 열정과 힘을 잃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하나의 주제 안에 깊이 빠져들어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짜고 공감과 몰입의 시간을 보냈을 그들입니다. 덕분에 좋은 결실들이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공모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평년 수준의 작품은 들어오겠지 하는 태평한 감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 것이 바로 매너리즘이겠죠. 물론 공모전의 틀은 전년도와는 달라졌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포스터 같은 영역은 제외하고, 창작문학, 웹툰, 8컷 만화부터 라디오CM, 이모티콘과 같은 새로운 영역이 추가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일기도 잔잔한 것 같지만 흥미로운 작품들이 들어오는 영역입니다. 막상 작품이 예년의 속도로 접수되지 못해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역시 마감의 위력은 강했습니다. 속속 좋은 작품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심사의 날. 수백여 점의 작품 중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집니다. 이내 작품에 몰입해 저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고, 숨을 멈추며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스토리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웹툰도, 그림일기도, 이모티콘도 컨셉과 스토리가 담겨있지 않으면 힘을 잃고 맙니다. 그런데 올해의 작품들은 대부분이 개성적인 저마다의 스토리를 듬뿍 담고 있었습니다. 시상식에서 자기 작품을 소개하고, 소감을 전하는 시간은 예상대로 감동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런 놀라운 자각과 통찰력, 에너지, 열정이 모여 바로 여기 소개되는 하나하나의 실체가 되었음이 분명합니다. 이번 11월의 웹진에 바로 그 열정을 전해 드립니다. - 12월, 창조의 결실이 함께하는 시간을 지나며
2021-12-02
노벨상이라는 리트머스과학고등학교 여학생 비율이 2020년에 22.3%를 기록했다. 영재학교는 그보다 낮은 15.1%라고 한다. 국가과학연재정보서비스의 통계이므로 믿을만한 수치다. 여전히 낮은 편이다. 왜 낮을까? 시험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하지만, 과학과 수학 등 관련 과목의 수능 점수로 비교해본다면 해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향이 있고 통계에 따라 여학생이 우수한 사례도 나온다. 성별에 따른 절대적인 편차는 없다는 의미다. 대체로 환경요인을 제외한다면 거의 비슷한 성적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과학고와 영재고의 여학생 비중은 확실히 실망스러운 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이공계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이공계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을 이끌어나갈 여성 인력의 비중이 출발점부터 여전히 약한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물론 이런 현상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벨상 통계를 들여다보면 여성 과학자의 입지를 어느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600명이 넘는 수상자 가운데 단 20명만이 여성이란다. 노벨상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나름의 논란도 있고 편파성도 존재하겠으나 그래도 아직은 그 위상이 인정되는 얼마 되지 않는 리트머스다. 객관성, 합리성, 공정성을 추구하는 과학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것 인류는 오랜 역사에 걸쳐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을 구축해왔다. 백번 의심하고 천번 되풀이해서 실험한 결과로 간신히 원하는 바를 얻어낸 사람들의 노력이 다져온 소중한 프레임웍이다. 그 덕분에 미몽에서 벗어나 조금씩 전진해 온 것이 인류의 역사다. 그 과정에는 충분히 보이지 않았던, 우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들여다보지 않았던 여성 과학자들의 열정과 수고가 당연하게도 담겨있다. 과학하는 즐거움은 모두의 것이다. 누구나 정밀한 추론으로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실험하고, 관찰하고, 논증하는 것을 즐길 수 있다. 과학하는 것을 즐기며 방법론을 익히고 그 과정을 한땀 한땀 이어나갈 수 있는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노벨상을 몇 명이 받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자유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가다. 이런 즐거움을 누릴 자유를 편견이나 고정관념, 환경 같은 요소들이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고 대안을 찾아내야 할 시점이다.
2021-09-13
전쟁, 인권의 무덤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미얀마에서, 팔레스타인에서 포화는 여전하고, 민간인들이 공포 속에서 생명을 희생당한다. 1950년 이 땅에서도 그런 참상이 벌어졌다. 총을 들고 싸운 수많은 군인이 목숨을 잃었고 그 속에는 아직 성년이 되지도 못한 어린 병사들이 존재했다. 후방이 따로 없는 전쟁터에서 민간인들이 학살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그 희생자들의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물리력이 지배하는 전쟁이라는 무법지대에서 약자들이 더 많이 희생당하는 일은 지금도 벌어진다.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인류 공영의 철학과 인권 수호의 규범들이 맥없이 무너지는 문명의 비극이 바로 전쟁터다. 우리는 전쟁의 비극을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아직 그 참상을 막을 수 있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장치를 만들지 못했다. 문명의 이율배반이다. 전쟁의 폭력 앞에서도 올곧게 제 길을 간 사람들 이번 호를 통해 전쟁의 피해자들, 그 상처와 고통을 담아 전쟁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 우리 안에 반전의 뿌리를 되새기는 것도 좋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선택한 것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오히려 전쟁터에서마저 살아남아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비극의 참상을 드러내는 피해상도 무수히 많지만, 조금이라도 뭔가를 바꾸어 나갈 동력을 전해주는 평범하지만 동시에 비범한 영웅들 역시 그 안에 있다. 여성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부정하고 심지어 그들에게 테러를 자행하는 탈레반의 폭력 앞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은 말랄라 유자프자이의 이야기는 성별 고정관념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한의 사례다. 말랄라는 다행히 희생당하지 않고 살아남아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며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가 노벨상을 받고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영광을 누린 것은 부수적인 일이다. 본질은 그가 스스로 원한 대로 ‘교육받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세계 젊은이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도 선한 영향력을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위 어디선가 여전히 전쟁이 지속되는 이 순간, 그럼에도 인간으로서의 지곤감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안위를 기원한다. 이 책을 그들을 위한 것이다.
2021-06-10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소명‘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2021년,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공동체의 중요한 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 등이 여러 차례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어왔고, 반인권적인 디지털 성폭력의 경악스러운 양상은 공동체의 즉각적인 반성과 정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미래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교육청으로서 이러한 요청을 한 걸음 앞서 실천에 옮기는 것은 중대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이러한 사회적 요청에 대한 의미 있는 시도로써 성인지 웹진 ‘숨’의 창간호를 여러분께 선보이고자 합니다. 성인지와 관련해 새로운 소식을 듣고 싶은 학부모님들이나 교직원들, 인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공감할 학생들에게 성인지 웹진 ‘숨’은 분명 좋은 친구이자 쉬어갈 작은 공간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장 성과 관련되어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에게는 도움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할 성교육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이루어진 성교육은 전통적 성교육과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에서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제시하는 포괄적 성교육이 하나의 합의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부유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 성교육 담당자의 역량에 기대어 이루어져 온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사안인 만큼 합의에 도달하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리겠지만 현정에서 교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당장 필요한 교재의 공급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웹진 ‘숨’이 제공하는 자료들이 교재로서 사용되는 모습도 기대해 봅니다.학부모님들도 복잡한 상황 앞에 놓여 있습니다. 성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분명 존재하고, 가정에서 성교육을 하고 싶은 의지도 있지만 접근법을 알지 못해 고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현실은 학부모의 인식과 크나큰 괴리가 있고 학부모 대부분이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만, 적극적인 교육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 중심 교육, 인권과 관계, 의사소통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를 일상 속에서 강인하게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서 성인지 웹진의 기획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웹진 외에도, 학부모님들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 별도로 기획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성인식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디지털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은 우리 사회 전반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인식하여 빠르고 깊이 있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기 이후 온라인을 통해 놀이처럼 번져나간 하위 문화 현상은 MZ세대의 사고방식과 세계관, 인간관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평가됩니다. 혐오를 하나의 가벼운 놀이로 풀어내는 행태는 그간 우리 사회의 중핵 문화가 포착하지 못한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주류문화가 들여다보지 못한 음성적인 맥락들이 새로운 세대의 인간관에 영향을 주어왔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한 불법 성착취 등의 사태는 왜곡된 성인지, 인간관 등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이미 온라인과 현실의 경계선이 사라진 현실을 보여줍니다. 불법적인 플랫폼들이 고착화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고, 단순히 범죄 예방의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의 고용, 출산, 인구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교육청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며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성을 부각하여 지속적인 교육콘텐츠로써 제공해 나갈 예정이며, 웹진 역시 이러한 노력의 중요한 채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