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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고백: 양성평등을 가르치는 교사의 차별적 업무처리(잼성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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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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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고백: 양성평등을 가르치는 교사의 차별적 업무처리 잼성쌤 매년 3월, 신학기에 보건교사의 가장 크고,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요보호 학생을 파악하는 것이다. 학기 초에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여 관심을 두고 보살펴야 하거나 신체 활동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파악하여 관련 교사에게 알리고 협의하여 학생의 건강한 성장 발달과 교육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함이다. 업무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가정으로 ‘건강상태조사서’를 보내 회신서를 받는다. 2. 보호자가 회신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상담이 필요한 학생 보호자에게 전화를 해서 건강상담을 한다. 3. 명단을 작성하여 관리한다. ‘건강상태조사서’ 회신서의 보호자 및 대행자 연락처를 보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1차 연락처’에 ‘모’를 적어 보낸다. 즉 학생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돌봄의 주체인 어머니에게 연락하라는 뜻이다. 아주 가끔 ‘부’를 적어서 보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건강상담이 필요한 경우에 어머니에게 전화하곤 했다. 심지어 ‘부’가 위에 적혀 있는 경우에도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해가 갈수록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어머니와 전화 통화가 어려워졌다. 그러면 기다렸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어머니에게 다시 전화했다. 업무가 지체되기 시작했다. 요보호자 명단 정리 업무가 지연되면 꼭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해, ‘아버지도 보호자인데 내가 왜 어머니에게만 전화하고 있을까? 아버지도 자녀의 건강에 대해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마음이 불편했던 나는 “아버님, 안녕하세요. 일전에 학생 건강상태조사서를 가정으로 보내드렸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는가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서요?” “회신서를 보니 학생 건강과 관련하여 상담이 필요해서 어머니께 전화를 여러 번 드렸는데 통화가 안 돼서 부득이하게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학생 보호자에게 전화하는데 용건 이외에도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이유’까지 설명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 설명은 않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겼다. 그다음 난관은 많은 아버지가 ‘자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잘 모르니 어머니와 상담하라’는 응답이었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씩 쌓여갔다. 그날도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안 되었다. 다시 아버지와 전화 통화했는데 그 아버지는 매우 상세히 자녀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 기록을 남기고 명단 정리까지 마치고 막 퇴근하려는 시간에 학생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기에 남겨져 있는 전화번호가 학교 번호라서 연락했다고 했다. “학생 건강 상태에 관해서 여쭤보려고 연락드렸는데 연락이 안 되어 아버님과 전화 통화했습니다. 아버님께서 상세히 말씀해 주셔서 상담을 마쳤습니다.” 전화기 너머 어머니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으며 “그 사람이 잘 모를 텐데 뭐라고 하던가요? 한번 들어나 봅시다.” 했다. 기록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어머니는 다시 큰 소리로 웃으며 “그거 다 안 맞아요. 어휴. 그 사람이 그래요. 근데 선생님, 남편 흉보는 것 같아서 좀 그러네요. 다른 집도 다 그러니까 이해해 주실 거죠?” 양성평등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돌봄은 여성의 전담 영역’임을 부지불식간에 각 가정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이 아프거나 다쳐서 집으로 보내야 할 때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이때도 학생에게 묻곤 했다. “엄마 전화번호는?” 어느날 어떤 학생이 퉁명스럽게 “몰라요.” 했다. 나는 “어떻게 엄마 전화번호를 모를 수가 있어?” 했다. 저장된 번호를 사용하니 엄마 번호를 외우고 있지 않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나중에 담임교사에게 알아보니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고 있는 학생이었다. 충격! 학교에는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보호시설에서 다니는 학생, 형제자매끼리만 사는 학생까지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었다. 무수한 시행착오, 그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코로나19 시국을 맞이했다. 학생에게 코로나19 의심 증상 중 한 가지만 있어도 가정으로 돌려보내 검사를 받도록 하는 지침이 있을 때였다.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학생에게 물었다. “지금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어느 어른께 연락드려야 할까?” 지금도 학교 현장에는 양성 불평등이 여기저기 숨어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인식하지 못할 뿐.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시정하는 부단한 노력만이 양성이 평등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