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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은 5월 27일(금)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성인식 개선과 자녀 성교육 방안 공유를 위해 제3회‘학부모 라운지 토크’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 부산광역시교육청 별관 3층에서 열리는 본 행사는, 사전 참가 신청을 통해 참가 의사를 밝힌 40명의 학부모를 초대해 1부와 2부 교육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 이번‘학부모 라운지 토크’1부 행사는, 남성 청소년 자녀에 대한 성교육을 어떤 방향성으로, 어떻게 소통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 강연을 듣고, 학부모들과 강연자가 직접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토크쇼『경계에서, 동행을 꿈꾸다』로 구성했다. ○ 1부 토크쇼의 강연자 이한(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대표) 강사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 등과의 협업을 통해 남성 청소년 대상 성인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왔으며, 전국의 교직원,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남성 청소년 성교육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의해왔다. ○ 라운지 토크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남성 청소년들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등 상황에 관해 강연을 듣고 토크쇼 형태의 질의 응답을 통해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고, 성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 2부 순서에서는 미술사 속에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작가들과 그들의 뮤즈라 불리는 여성 작가들의 관계를 통해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를 돌아보는 『음악이 있는 전람회: 허스토리 & 히스토리』 순서가 진행된다. 작가들의 인생이 담긴 영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풀어본다. ○ 특히 작품과 연관된 명곡들을 함께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공감과 치유의 시간도 갖는다. 카미유 끌로델과 로뎅,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수잔 발라동과 툴르즈 로트렉, 김환기와 김향안의 삶과 작품, 음악과 메시지가 생기 넘치는 초여름의 정취와 함께한다. ○ 이번 행사에 참가를 희망하는 학부모는 5월 24일(화)까지 MS 폼즈(https://forms.office.com/r/9CMBcA0Qar)로 신청하면 접수순으로 참여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부산 성인지교육 웹진(bgen.pen.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남수정 학교생활교육과 과장은 “이번 학부모 라운지 토크는 남성 청소년의 성교육을 주제로 학부모들이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아 나가는 의미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며 “바람직한 성교육은 서로 존중하는 인간관계를 체득하도록 돕는 교육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양성평등 주제 본격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발표
○ ()3319, ‘! !’, ‘(https://youtu.be/leIy2EahZMU)’‘(bgen.pen.go.kr)’.
[2021년 나도 성인지 크리에이터! 공모전 대상 수상작] 한번 지고 피는 꽃
어름한 새벽녘, 잠에 들지 못한 채 시간만을 죽이고 있다. 조용히 숨을 내쉰다. 그럴 때마다 왠지 폐에 묵직한 것들이 가득 찬 것만 같다. 오늘의 해가 뜨고 있다. 내가 이렇게 괴롭고 우울한 이 순간에도 태양은 떠오르고 있다.정돈되지 않은 짧은 다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다. 꼭 감은 눈 밑에는 거뭇한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고 잔뜩 갈라진 입술 사이로 옅은 숨만을 내쉬고 있었다. 볼 위에 희미하게 눈물 자국과 멍자국이 남아있었고, 목이 다 늘어진 하얀색 티셔츠는 일주일이 넘도록 세탁하지 않은 듯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익숙하게 컴퓨터 앞에 자리 잡았다. 두꺼운 암막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빛과 모니터 빛만을 의지하며 지낸 지가 며칠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렇게나 어질러진 일회용품 쓰레기와 술병이 나도는 원룸에서 매일 인터넷 사이트를 쥐 잡듯이 뒤지고 있다. 혹시라도 내 사진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누군가 나를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감, 이런 것들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그 스트레스 탓인지 먹지를 못 한다. 움직이기도 힘들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동공이 커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다. 무섭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솔아, 나야.” 미나다. 내 오랜 친구 미나. 내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내 곁을 지켜준 유일한 친구. 너무나도 고맙다. 하지만 아직 만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별건 아니고, 줄게 있어서 왔어. 너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문고리에 걸어 놓았으니까 나중에 꼭 확인해봐.”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나는 자리를 떠났는지 복도에 울리는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문 앞으로 갔다.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대리석의 서늘한 기운이 우울함을 자극한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문 손잡이가 어색하다. 슬며시 연 문틈 사이로 오른손만 내밀어 미나가 두고 간 종이 가방을 가져왔다. 종이 냄새와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아 책이나 자료 같다. 종이 가방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내 예상이 맞았다. 불법 촬영과 관련된 뉴스나 법적 자료들이었다. 열아홉, 수능이 끝난 그때 첫 연애를 시작했다. 항상 짝사랑만 해오던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했다. 처음 하는 사랑이 달콤했지만 부끄러웠던 나는 비밀 연애를 원했다. 친절하고 모범생에 훈훈하게 생겼던 그 아이는 나를 정말 좋아해 주었다. 항상 다정한 목소리로 나와 대화하고 다투게 되어도 먼저 사과하던 그런, 아주 멋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사귀게 된 지 6개월이 흘렀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우리는 서로 다른 학교였지만 여전히 사이가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이 그 아이와 사귄다는, 정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그 착한 애가 그럴 일이 없다며 나 자신을 안심시켰지만 둘이 팔짱을 끼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누군가 내 머리를 세게 친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쫓기듯 뛰쳐나갔다. 성인이 되고 홀로 서게 된 집에서 숨죽여 울었다.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연인에 대한 배신감에 가슴이 꽉 막힌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다음 날, 그 아이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했다. 아픔을 겪은 나를 위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굳게 먹고 헤어지자고 말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사람의 겉과 속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다며 사랑을 속삭이던 그 애는 어디에도 없었다. 잔뜩 찌푸린 미간 아래로 핏발 선 눈동자가 나를 꿰뚫을 듯 노려보았다. 날 선 시선에 나는 두려웠지만 용기 내어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것은 그 아이의 목소리가 아닌 거친 손길이었다. 붉게 물든 볼에는 피멍이 들었고, 귀에는 이명이 돌았다. 고통에 찬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명 사이로 그 아이의 고성이 들려왔다. 자신이 나를 봐준 거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는 둥 나를 모욕하는 저속한 말들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을 들이밀더니 자신과 헤어지면 이 사진을 뿌려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 사진은 언제 찍었는지 모를 나의 나체 사진과 몰래카메라 영상들이었다. 그 아이가 바람을 피운 것보다 나를 몰래 촬영한 것이 더욱 크나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그 사진은 언제 찍은 것 일까. 나는 그 아이와 밤을 보낸 적이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개강 파티 때 인가? 아니면 그 아이의 집에 놀러 갔을 때? 각자의 친구들이 모여 술 마신 그때? 도저히 모르겠다. 생각이 생각을 물고 몸집을 키우고만 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냥 이 모든 게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죽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죽음을 꿈꾸며 잠에 들었다. 그 후로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사귀는 것도 사귀지 않는 것도 아닌 애매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끔 그 아이에게 사진을 지워달라며 연락을 하기도 했지만 항상 내 연락을 무시했다. 그렇게 16번째 연락을 한 날 그 아이는 귀찮다며 그 사진은 사이트에 올려버렸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 아이의 SNS에 들어가 보니 링크를 하나가 있었다. 그 사이트는 불법 포르노 사이트였다. 나의 동의 없이 촬영되고 유포된 사진은 안면조차 없는 사람들의 희롱 거리가 되어있었다. 순식간에 입에 담지 못 할 저질스러운 말들이 가득 찼다. 충격적이었다. 나를 제외한 많은 여성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불법적으로 촬영되고 유포되고 있다. 며칠 동안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붉게 충혈된 눈 밑이 퀭했다. 나가버린 정신을 겨우 붙잡고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그때 부모님의 눈물의 처음 보았다. 내가 사춘기 때문에 아무리 속을 썩여도, 아파서 쓰러지거나 해도 부모님은 그저 묵묵히 나를 안아주셨다. 그런 강인한 분들이셨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설움이 눈을 비집고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울었다. 친구들에게도 이 일을 알렸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되려 나를 나무라 했다. 이게 내 잘 못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수치심은 막지 못했다. 유일하게 미나만이 내 곁을 지켜주었다. 오직 미나만이 나를 위로해주고 보듬어 주었다. 그리고 이주일 전쯤, 미나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뒤늦게라도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미 한 번 퍼져버린 사진은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은 해보겠다고 했다. 미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생 동안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일을 겪었다. 미나와 함께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거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각을 한 듯한 학생도 있었고 가게 영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싱그러운 여름의 공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지만 나는 그 풍경 속에 물들여지지 못했다. 괜히 불안했고, 그 아이에게 배신을 당하고 구타당한 이후로 남자가 무서워졌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나에게 폭력을 가한 적도, 협박을 한 적도 없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들 때문에 두려웠다. 미나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사람들이 다가올 때마다 자신과 자리르 바꾸어주며 사람들과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고마웠다. 전에는 그냥 모든 사람들이 두렵고 무서웠다. 지금 이렇게 밖에서 거리를 누비고 있는 것도 미나의 도움이 컸다. 그렇게 집 근처에 다다랐다. “미나야, 여기까지만 데려다주어도 괜찮아.”“아냐, 혹시 모르니까 내가 집까지 같이 가줄게. 그 자식이 해코지할지도 모르잖아.”“그러면 너한테 미안해지는 걸….”미나는 너무 착하고 다정했다. 그 다정함에 봄을 처음 맞이한 눈처럼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어?” 그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우리의 대화를 가로막았다.“어! 저 사람!!”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삿대질하며 나를 부른 그 남자는 옆의 일행을 홀로 놔두고 내게 다가왔다. 미나는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는지 나를 뒤로 숨겼다. 온몸으로 경계를 했지만 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 뭐였지. 아이디 HOO3246 인가?” 너무나도 익숙한 아이디가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그때 일행인듯한 남자가 다가왔다.“아이디는 뭔 아이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뭐하는 짓이야.”“아니 그 있잖아. 아 너는 모르겠네….”“뭐라는 거야.”이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확신이 섰다. “아니 아무튼, 그 사람 여자 친구 맞죠?” 그 게시글은 본 사람인가 보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일 줄이야. 당신도 알아요? 걔가 불법 포르노에 당신 사진 올린 거.” 남자의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군가 내 심장을 두 손으로 꽉 부여잡는 것 같았다. 숨이 차올랐다. 그 말을 가만히 듣던 남자의 일행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너 불법 포르노 해? 미쳤어?” 남자는 일행의 말을 무시한 채 제 말만을 이어나갔다. “몰랐나 보네…. 알았으면 내가 바로 대시했는데, 그런 애보다는 내가 낫지 않아요?” 고개를 숙이면 보이는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우울함과 눈이 마주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든 색들을 겸허히 받아들인 검은색이 너무나도 밝게 빛났다. 눈동자에 비치는 흑색은 점차 자리를 넓혀갔다. 나도 하나가 되고 싶다. 내가 사라져 버린다면 이 고통도, 누군가의 노력과 슬픔도 잠시 멈춰가도 될 텐데. 서서히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었다. “미쳤어요?” 미나의 목소리에 따스한 오후의 졸음에서 깨어나듯 상념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미나는 매우 화가 난 듯했다. “지금 길에서 모르는 사람 붙잡고 뭐하는 짓이냐고요. 지금 당신이 하는 거 성희롱이에요. 그러니까 빨리 꺼지라고, 이 개자식아.” 미나는 계속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평생 욕 안 쓰겠다고 다짐했던 게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 이 여자가 진짜…!” 그 남자는 급기야 위협적으로 손을 번쩍 추켜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이 그 남자의 팔목을 붙잡았다. “야, 너 아직도 버릇 못 고쳤냐? 사람 패는 거 자랑 아니니까 그만해라.” 남자의 손목을 붙든 일행의 손에 핏줄이 섰다.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일행의 손을 뿌리치더니 피가 쏠려 붉게 변한 손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이게 내 잘못이냐? 그냥 물어본 거뿐이잖아!” 남자의 태도에 일행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쓰레기랑 말을 섞은 내 잘못이지. 그냥 꺼져, 죽여버리기 전에.”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곧네 꽁지 빠지도록 도망갔다. 일행은 그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우리에게 다가오고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친구를 잘 못 둬서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네요. 저는 김주하라고 합니다. 명함 드릴 테니 연락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미나는 나를 대신해 명함을 받았다. “네, 나중에 연락드리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리를 떴다. 시선이 느껴져 뒤를 살짝 돌아보니 김주하라는 사람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낀 그 사람은 순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유약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강인해 보였다. 그 사람은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눈이 마주친 걸 알았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했다. 저 사람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 일이 생긴 후로 처음 받아보는 사과였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길거리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두려웠지만 갈무리되지 못 한 감정을 막지는 못 했다. 나를 집어삼키려던 보도블록 사이로 눈물이 떨어졌다. 손과 얼굴에 물이 흥건하도록 울었다. 미나는 그저 옆에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마를 새도 없이 자꾸만 흘러나오는 눈물이 원망스러웠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었지만 왜인지 머나먼 예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사람은 과거를 추억하고 나아간다. 추억하지 못할 만큼 아픈 과거는 바다로 흘려보내고 이따금씩 우연히 해변가로 돌아온 과거는 마주해도 괜찮을 때, 그때 다시 추억한다. 사람은 과거를 추억하는 존재, 그렇기에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은 미래를 위한 원동력이 된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커튼이 쳐진 창문 앞에 섰다. 먼지를 가득 먹은 청회색 커튼이 코를 간지럽힌다. 재채기가 나오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과거에 얽매이는 건 이쯤 하는 게 좋겠지….’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삶의 원동력,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삶의 족쇄.오늘 그 족쇄를 끊어내 보려 한다. 내일을 위해서. 손을 천천히 뻗었다. 손 끝으로 까슬까슬한 커튼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크게 숨을 내쉬고 양손으로 커튼을 쥐었다. 그리고 양팔을 크게 벌리며 커튼을 쳤다. 촤르륵 - 조용한 방안에 청량한 소리가 울렸다. 커튼이 열리고 커다란 창으로 여명이 드리웠다. 주홍빛 태양이 새까만 어둠을 몰아내고 푸르른 하늘을 만들고 있었다. 무채색으로 가득한 방에 알록달록한 색이 물들었다. 차가운 유리의 감촉을 느끼며 창을 열었다. 여는 순간, 새벽의 상쾌한 사람이 방을 가득히 채웠다. 바람과 인사를 나누며 온몸으로 평화를 만끽했다. 그리고 책상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휴대전화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띠- 띠- 뚜르르르르— 삑--여보세요?살짝 놀란듯한 미나의 목소리에 심호흡을 크게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미나야, 오늘 잠깐 만날래?”누군가로 인해 한 번 지고만 꽃이 다시 봉우리를 트는 순간이었다.—1년 후‘사람으로 인해 생긴 상처는 사람을 통해 낫는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 내게도 찾아왔다.“유솔아!”“미나야! 주하 오빠!”그때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애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에게 폭력을 가한 것이 큰일을 해준 것 같다. 솔직히 더 큰 벌을 받았으면 하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인연을 쌓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미안해, 차가 좀 막혀서”“흐응? 그거 때문이 아닌 것 같은데?”미나가 장난 가득한 얼굴로 너스레를 놓았다. 나는 괜히 부끄러워져 목소리를 높였다. “미나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실 미나의 말이 맞았다. 오랜만에 한껏 꾸미느라 조금 늦은 것이었다. 중단발 정도 되는 머리를 고데기로 정리하고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분홍색 원피스에 하이힐까지, 기분 좀 내려고 꾸민 건데 지각할 줄은 몰랐다. 주하 오빠는 무슨 즐거운 일이 있는지 헤실헤실 웃고만 있었다.“오빠 무슨 좋은 일 있어요?”“응? 아무것도 아니야”“에이, 뭔지 가르쳐주세요!” 내가 넉살 좋게 되묻자 우리를 지켜보던 미나가 수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급하게 말을 돌렸다.“근데 우리 레스토랑 4시 30분까지 아니야? 벌써 4시야.”“그러네, 빨리 가야겠다.”나는 뭔가 의심이 생겼다. ‘뭐지?’ 그 의심도 주하 오빠가 나를 불러 끊어져버렸다. 오빠의 차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갔다. 입구 앞에 서자 건물의 외관이 보였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나는 작게 소곤거리며 말했다. “오빠, 여기 너무 비싸 보여요. 미나도 놀란 것 같은데….” 주하 오빠는 나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아냐, 내가 살 건데 뭐”“그러니까 걱정이란 말이에요….”주하 오빠는 소극적인 내 말투에 귀엽다는 듯이씩 웃어주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그때 미나가 전화를 한 통 받더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나… 가야 할 것 같아…….”“뭐? 무슨 일인데?”“신입이 사고 쳤대… 내가 선임이라서 가야 할 것 같아…. ”“아… 아쉽지만 할 수 없네….” 미나는 재판이 끝난 후에 작은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했다. 꽤 유능한 사람으로 치부되는지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다음에는 꼭 같이 밥 먹자!”“응! 꼭 먹자!”“그래, 미나야. 내가 다음에 밥 사줄게.”미나를 배웅하고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들어가기 전에 뒤를 돌아 미나를 보았다.터덜터덜 걸어가는 게 많이 지쳐 보였다. 고양이처럼 올라간 눈꼬리에 잔뜩 빛을 내는 눈동자. 그 밑에는 거뭍한 다크서클 자리 잡고 있었다. 턱선에 맞춰 짧고 깔끔하게 자른 검은 단발머리 밑으로 보이는 어깨가 왜인지 무거워 보였다.‘다음에 같이 여행이라도 가야겠어….’ 레스토랑 입구로 들어가자 정갈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레스토랑 2층의 룸으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고 오빠에게 주문을 맡긴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룸이라니, 꽤 비쌀 텐데….’“너 지금 비쌀 텐데 이 생각했지?”주문을 끝낸 주하 오빠가 내게 말했다. 가끔 귀신같이 내 속을 알아차리는 오빠가 신기하다. “네? 아, 아니에요” 내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오빠는 즐겁다는 듯이 밝게 웃었다. 또 귀가 뜨거워지는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오빠가 내가 앉은 의자 쪽으로 왔다. 그리고 슈트 재킷을 벗더니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옷으로 덮어.”“아… 감사합니다.”괜히 부끄러워져 목소리가 개미처럼 작아져버렸다. 누가 심장을 깃털로 간지럽히는 것 같다. 차례차례 음식이 나오고 우리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시간을 즐겼다. “그때 생각나요?” 나는 물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언제?”“우리 처음 만났을 때요.”내가 그때 이야기를 꺼내자 오빠가 살짝 멈칫한 게 눈으로 보였다.“…괜찮아?” 오빠의 질문에 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럼요! 이미 지난 일인걸요.” 내 말에 오빠는 살짝 안심한듯했다.“그때, 저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인사해 준 것 도요.” 오빠는 내 말의 조용히 들어주었다. “그때 저는 위로보다도 사과가 받고 싶었나 봐요. 대신… 사과해줘서 고마워요. 비록 그 사람에게 사과는 받지 못했지만 오빠가 해준 것으로도 충분해요…. 정말 고마워요.” 오빠는 내 말을 듣다가 조심스레 일어났다.“그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그래도 고맙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네 덕분에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어.”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나는 묵묵히 오빠의 말을 들었다. 오빠가 그랬던 것처럼. “너를 만나고 제대로 된 꿈이 생겼지. 그때부터 너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었어. 지금은 실무수습을 하고 있지만, 꼭 멋진 변호사가 되어서 너의 편이 되어줄게.” 오빠는 내 옆 쪽으로 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나랑 사귀어줄래? 나도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물 때문에 앞이 흐리게 보였다. 눈물이 떨어지고 행복한 얼굴로 내게 반지를 내미는 주하 오빠가 보였다. 나는 울음을 잔뜩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덜덜 떨며 손을 내밀자 오빠가 반지 통에서 반지를 꺼내 내 왼손 약지에 조심스럽게 끼워주었다. 손이 맞닿은 자리가 불이 덴 것처럼 뜨거워진 것 같다. 만약 이유가 있다면 오빠가 너무 따뜻해서 일 것이다. 반지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때 오빠가 말했다. “나는 반지 안 끼워줄 거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오빠를 바라봤다. 눈 밑과 코 끝이 빨개지고 눈물 때문에 화장이 번져 흉해 보일 텐데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웃고 있었다. 오빠에게서 반지를 건네받고 오빠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오빠는 커다란 손으로 내 눈물 닦아주었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고 말았다. 오빠가 집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짧은 인사와 함께 다음을 약속하며 오빠를 배웅했다.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집으로 갔다. 외출 준비하느라 난장판이 된 집이 나를 반겨주었다. 요리조리 옷 사이만 밟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그때 미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유솔아 좋은 시간 보냈어? 반지는 마음에 들고?“너… 설마 알고 있었어?”-당연하지~ 반지도 나랑 같이 골랐는데?“뭐? 그럼 레스토랑도?”-그건 주하 씨가 골랐지, 너 시선 받는 거 안 좋아하니까 룸으로 골랐대.“그럼 너 일은?”-아~ 원래 슬쩍 빠지려고 했는데, 진짜 일이 생겨버렸지 뭐야 이게 모두 계획된 거라니… 괘씸하면서도 이벤트를 준비하는 오빠의 모습을 상상하니 뭔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때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를 확인하니 오빠가 보낸 메시지였다. -오늘 즐거웠어. 잘 자고, 내일 아침에 전화할게.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텍스트 하나에도 오빠의 마음이 담겨있는 게 느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THE END—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보세요.과거는 가끔씩 추억하고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고 미래를 갈구하는,그런 사람이 되어보세요. 나는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한다.주연도, 조연도, 감독도, 작가도 모두 ‘나’인,오로지 나만이 만들어가는 영화. 그렇다면 인생이라는 영화는 너무 길다.그렇기에 프롤로그만 보고 꺼버리기에는 아쉬운 것이다.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지금은 지루해서 잘라버린 장면이지도 모른다.그러니 순간이 과거가 되길 바라며 나아가라.영화의 결말은 끝까지 보기 전에는 알 수없다.당신의 인생이 해피엔딩인지,아니면 배드 엔딩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은 웃지 못할 코미디인가,아니면 믿을 수 없는 판타지인가. -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어른이 되지 못 한 어른들에게.
「역할극 상담」으로 풀어보는 성인지, 학부모 라운지토크 실시
부산교육청, 성인식 개선을 위한 ‘학부모 라운지토크’ 실시공감과 소통의 화법,「역할극 상담」으로 풀어보는 성인지 ○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은 11월 19일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성인식 개선과 자녀 성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제2회‘학부모 라운지 토크’를 실시합니다. ○ 본 행사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부산광역시교육청 별관 5층에서 30명의 학부모를 초대해 진행된다. 행사 안내가 나가자마자 신청이 쇄도해 학부모들의 성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 이번‘학부모 라운지 토크’1부 행사는 평소 자녀 성교육에 큰 관심을 가졌음에도, 어떻게 소통하고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깊은 학부모들이 소통의 의미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역할극 상담』으로 구성하고, 한국심리극·역할극상담학회 이용희 회장을 초청해 진행됩니다. ○ 역할극 상담이란 ‘문제가 되는 상황’을 말이 아니라 “행위화”를 통해 해결하는 상담 및 심리치료 방법으로, 교육적 목적을 위해 교육연극과 결합해 학교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 라운지 토크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성인지와 관련된 상황을 놓고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고, 역할극으로 직접 표현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해답이 없는 문제를 함께 풀어내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성찰과 치유가 교차되는 시간입니다. ○ 2부 순서에서는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음악을 통해 성인지의 의미를 돌아보는 ‘뮤직 살롱’이 진행됩니다.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기는 트롯의 노랫말이 전해주는 시대상을 살펴보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그 가사 안에 담긴 의미와 영향력을 돌아봅니다. ○ 클래식부터 팝 음악,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음악 중 성인지의 의미를 돌아볼 명곡들을 선정해 함께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공감과 치유의 시간도 갖습니다. 마리아 칼라스, 멘델스존, 너바나, BTS의 음악과 메시지가 늦가을의 정취와 함께합니다.
훌륭한 미술작품을 보는 것은 당신을 다른 장소로 이끈다일상을 향상시키고, 시대를 돌아보게 하며,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 존재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레이첼 화이트리드 수많은 예술가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예술작품에서 묘사해왔다. 그것은 상상 속 괴물을 묘사한 중세 태피스트리일 수도 있고, 터질 듯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과감한 색으로 표현한 현대 추상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천년의 미술사에서 빈 공간을 실체로 만든 작품은 1988년 한 여성에 의해서였다. 만질 수 있는 형태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공간을 창조해내는 신선한 발상, 소외된 것들, 잊혀지고 핍박당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 그 관심의 한가운데 사람에 대한 애정, 인권에 대한 호소가 있다. 이런 것들이 레이첼 화이트리드를 특별한 미술가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작가적 시선으로 건축을 직접적인 서술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나 건축의 요소들-거푸집, 강인한 직선과 거대한 질량을 통해 메세지를 드러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얕은 숨 Shallow Breath>, 생의 마지막 숨결을 보이게 하다. 영국의 조각가 레이첼 화이트리드는 1988년 첫 개인전에서 ‘공간’을 거푸집 삼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집에서 보는 일상적 소재를 다루되, 눈으로 보이는 겉면이 아니라 그 속을 외부로 드러낸 것이다.이 전시에서 발표된 ‘얕은 숨(Shallow Breath)’ 역시 침대 매트리스와 바닥 사이의 좁고 어두운 공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위해 작가는 전시가 있기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썼던 침대의 매트리스 아래에 들어가 본을 떴다. 그리고 얕은 숨이라 명명한다. 우리는 이 뭉툭한 사각 덩어리 앞에서 임종의 순간, 마지막 숨이 아버지의 병든 몸을 얕게 스치며 지나갈 때, 함께 가늘게 흔들렸을 그 매트리스와 아래 어둑한 공간을 상상하게 된다. 소중한 이의 마지막 숨결이 스며들어 있는. 그리고 깨닫게 된다. 작가가 보이게 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공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이며 그 시간의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을. <집 House>, 집이 놓인 사회적 맥락을 보이게 하다. 이후 그녀의 작품은 점 점 규모가 커지고 건축적인 형태를 띄었다. 1993년 발표한 ‘집(House)’에서 그녀는 3층짜리 주택 전체를 거푸집으로 사용하여 내부에 콘크리트를 붓고 건조시킨 다음 틀이 된 주택을 해체했다. 주택의 내부공간은 고스란히 작품으로서 외부에 드러내졌다. 거푸집으로 사용된 집은 산업혁명기에 런던 동부에 조성된 빈민가 주택 중 하나였는데 지역 전체가 재개발되는 가운데 집주인의 반대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집이었다. 집주인 시드 가일은 정부의 무작위적 개발에 반대하여 집을 지키고 있었고 이를 알게된 레이첼이 가일과의 협의하에 집을 작품화한 것이다. 재개발 계약에는 주택을 철거하라는 내용만 있을뿐 주택내부 공간에 대한 내용이 없는 점을 이용하여 법이 요구하는 주택철거를 함과 동시에 콘크리트로 내부공간을 남겨 난개발에 저항하는 상징적 조형물을 만든 것이다. 이후 영국사회에서는 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것을 작품으로 두고 보존할 것인지, 아니면 부술 것인지 찬반논의가 지역 재개발과 함께 이슈가 되었다. 그 사이 수천 명의 관람자가 지역을 찾아왔고,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기에 이른다. 많은 남성작가들의 건축적 조각들이 웅장한 규모와 구조를 통해 권위적이고 압도적인 힘을 내재화한 반면 화이트리드는 견고해보이는 건축물 외형 안에서 약하고 무너져가는 것들을 있음을 드러내고 까발린 것이다. 결국 1993년 8월 ‘House’는 재개발을 위해 부수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그 결정이 이루어진 날 화이트리드는 여성 최초로 영국 미술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터너상을 수상한다 『홀로코스트 기념관』, 레이첼 화이트리드 작, 사진: Hans Peter Schaefer, CC BY-SA 3.0 레이첼 화이트리드의 세계는 다시금 시대를 조망하는 길로 나아갔다. 1995년 비엔나 유태인 학살 기념관 공모에 당선되어 5년만에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낭만적인 비엔나의 거리에 세워진 학살 기념관은 투박하기 이를데 없다.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에는 창도 없고 문이 있으나 문고리가 없다. 들어갈 수 없는 건물이다. 벽은 거꾸로 돌려진 책이 빽빽이 꽂힌 모습이다. 그래서 일명 이름없는 도서관이라 불리운다. 왜 책이었을까? 왜 도서관이었을까? 수백만명의 죽음이라는 인류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건물의 이 고요함과 침묵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눈 앞의 비극을 가능케 했던 수많은 이들의 침묵일까? 책이 있으되 읽을 수 없고, 건물이 있으나 들어갈 수가 없는 도서관은 수천년 쌓아올린 인류 지식과 지혜가 눈먼 증오와 야만 앞에 무릎꿇었던 시대에 대한 은유이며 경고다. 레이첼은 보이지않는 것을 너머 보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묻는다. 그녀에게 있어 보는 것은 눈이 아니다. 마음이며 선택이다. 『둑』, 2005, 레이첼 화이트리드 작, 사진: Fin Fahey, CC BY-SA 2.5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 여성가족부 우수 추천 콘텐츠 선정
○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은 학교 공동체의 성인식 개선을 위해 만든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http://bgen.pen.go.kr)’이 여성가족부의 전국 우수 추천 통합 교육 콘텐츠로 선정되어 7월부터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와 예방교육통합관리시스템 내 교육 자료실에 게시된다고 12일 밝혔다. ○ 이 웹진은 ‘2021년 성인식개선 및 성폭력예방추진계획’의 일환으로 학교 공동체의 성인지 문화를 개선하고, 성인지교육 콘텐츠와 성인식 개선 우수사례, 성사안 관련 지침 등 관련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 2021년 4월, 이벤트 웹사이트를 활용하여 창간호 책을 PDF 형태로 배포한 후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부산 성인지교육 웹진’은, 6월에 종이책 2호를 발간하고 본격적인 홈페이지 제작을 완료하여 현재는 홈페이지와 스마트폰용 모바일 서비스, e-Book, 종이책의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 홈페이지를 통해서 인권·관계 중심의 학생 성교육 및 성인지 향상을 위한 초, 중, 고등학교 집중 학년제용 워크북과 교수학습자료과 같은 콘텐츠를 제작과 동시에 즉시 무상으로 제공하여 학교에서 학생으로 대상으로 한 성교육 계기학습 자료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로그인 없이 홈페이지에서 바로 내려받을 수 있는 e-Book으로는 인문·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연계해 독자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내용을 통해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 이번 우수 추천 컨텐츠 심사에서는, 계기학습자료로서 시의성을 살린‘전쟁과 여성’, 사진 한 장으로 스토리를 엮은‘한 장의 사진’시리즈 같은 특별기획과‘학생, 학부모, 교사 인터뷰’등으로 안전한 사회, 건전한 성문화를 만들어 나갈 실마리를 제시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성인지감수성을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하는 아주 좋은 콘텐츠라는 평가가 이채롭다. ○ 또, 학생 참여 공모전 ‘나도 성인지 크리에이터!’와 연계해 성인지 주제의 웹툰, 8컷 만화, 라디오 CM, 그림일기, 이모티콘 등을 발굴·제작 지원하고 지속 게시하고 있으며, 교직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성인식 개선 교육콘텐츠도 제공된다. ○ 공식 홈페이지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당일 조회수 3,500건, 누적 조회수 5,200건을 기록할 정도로 학교 공동체의 반응도 좋다. ○ 학교생활교육과 남수정 과장은 “‘부산 성인지 교육 웹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산교육청의 특색 사업으로서 선보인 웹진이 국내에서는 최초로 교육청 단위에서 만들어진 후, 전국 우수사례로서 확산되어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교육청, 학교 성인지 교육 전문성 제고를 위한 ‘성인지 아카데미’직무연수 실시
○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은 학교 성인지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초·중·고등학교·특수학교·기타학교의 성교육 담당 교사와 전문상담(교)사를 대상으로 8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2주간‘성인지 아카데미’직무연수를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 이번 연수는 학교에서 학생 성교육을 시행하는 교사들과 더불어, 학생 상담을 통해 학교 내 성사안의 1차 발견자가 될 가능성이 큰 전문상담(교)사들을 포함하여, 이들의 성인지교육 역량을 높이고 성인지감수성에 입각한 학생 상담, 사안 처리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표로 마련되었다. ○ 연수는 참가자들의 성교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분야의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해 성인지 감수성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맥락부터, 전국 주요 지원 기관의 대표 실무진이 강사로 참여해 사례 분석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희롱, (디지털)성폭력, 성착취의 현황과 대처방안, 예방교육 등을 강의, 또는 웍샵 등의 방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코로나-19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한 반에 20명~30명 선으로 참가자를 5개의 반으로 나누어 8월 9일부터 13일까지는 중등 성교육 담당교사(각 20명씩 2개반)와 전문상담(교)사(30명 1개반), 성인권시민조사관(10명, 중등반에 5명씩 분산)을 대상으로 연수가 진행되며 8월 17일부터 23일까지는 초등 성교육 담당교사(각 20명씩 2개반)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연수 교육과정을 맞춤형으로 구성해, 성교육 담당교사는 수업 설계를 주요 영역으로 포함하고, 전문 상담(교)사의 경우 상담 현장에서의 사례, 대처방안, 접근법, 사안 처리 대응 등을 심화하여 다루도록 했다. ○ 남수정 학교생활교육과장은 “이번 연수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학생을 상담하며 다양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는 상담교사들이 자신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며 “성교육 담당교사들과 전문상담(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성인지감수성을 공유하는 가운데 서로 도와 학생을 위한 교육과 사안 처리의 실효성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